LG의 롤러블 TV “ROLED” 와 ROLEX 시계 상표

2020년 10월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돌돌말리는 65인치 롤러블(Rollable)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 (LG SIGNATURE OLED R)을 출시했습니다. VVIP 고객을 겨냥해 판매가로 1억원이 책정된 이 초고가 TV는 시청할 때는 화면을 펼쳐주고 시청하지 않을 때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돌돌 말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려야 하기 때문에 백라이트(backlight)가 필요없는 올레드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의 강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LG가 이 롤러블 TV를 “ROLED”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LG 측은 LG Display명의로 2년 전 일찌감치 호주에 “ROLED”라는 상표권 등록을 신청해두었습니다.

하지만 LG Display가 신청한 ROLED 상표권 신청은 스위스의 유명 시계 기업 ROLEX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LG의 상표권 신청에 포함된 스마트 워치 (smart watch)가 쟁점이었는데, ROLEX 측은 자사 브랜드의 명성에 비추어보아 ROLED라는 상표가 시계 (손목시계든 스마트워치든) 브랜드로 사용될 경우 소비자들을 기만하거나 혼동을 줄 여지가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분쟁은 1년 간 쌍방의 공방 끝에 결국 스위스 ROLEX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Rolex SA v LG Display Co Ltd [2020] ATMO 136). 호주 특허청의 심판관은 ROLEX의 국제적 명성은 인정할 만한 수준이며 LG가 신청한 ROLED는 ROLEX와 비교시 끝자리 “D”만 “X”로 바뀐 것일 뿐 나머지 4개의 문자가 동일하다며 충분히 소비자 간의 혼동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공판에서 LG측은 ROLED의 첫 문자 R은 Rollable의 약자이며 유기발광다이오드인 OLED와 합성하여 R+OLED로 조어한 것이라며 OLED 제품임을 강조하는 상표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심판관은 이 주장을 역으로 이용하여 ROLEX 또한 기술발전 추이에 따라 전통적인 시계 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계로 진출시 OLED 기술을 활용할 경우ROLED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개연성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심판관은 LG측이 알파벳 26글자중 하필 R을 골라 OLED 앞에 붙인 것에 의구심을 표하며 명품 시계 브랜드인 ROLEX의 명성에 편승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LG가 신청한 ROLED 상표는 스마트워치 상품을 삭제하고 나머지 TV, 컴퓨터 등에 한해서만 호주에서 등록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재미난 사실은 비슷한 시기에 ROLEX가 호주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LG를 상대로 동일한 상표권 분쟁을 일으켰었는데 한국의 특허심판원은 반대로 LG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한국 심판부에 따르면 ROLED와 ROLEX는 앞문자 4개가 동일한 것 외에는 외관이 상이하고 발음도 롤레드/로레드 Vs 롤렉스/로렉스로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ROLEX는 명품 시계 브랜드로 이미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LG가 ROLED라는 스마트 워치를 출시한다고 한들 대중들 사이에 혼동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한국의 심판부가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해석할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상표의 명성에 근거한 이의신청 진행시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한쪽에서는 유명 상표의 명성에 편승한 모방 상표 등록 시도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의 상표가 너무 유명해서 내가 약간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다고 한들 품질과 가격 등에서 월등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기만할 우려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주장은 실제 명품 브랜드 기업으로부터 침해중지 내용증명을 받았던 저희 의뢰인의 사건에서 제가 활용하여 성공적인 방어를 할 수 있었던 논거이기도 했습니다.

호주에서 창업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기 전 상표 등록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상표는 문자, 로고 또는 슬로건 모두 등록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상표권 등록 신청 전 다른 상표와 유사한지 검토해서 발생할지도 모를 상표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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