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혁신’은 국가의 생산성 향상과 경제 발전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식재산권은 새로운 지식 창출 활동을 장려하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을 가능케 함으로써 혁신의 근간을 마련해 준다. 따라서 한 국가의 지식재산권 확보 현황을 들여다보면 그 국가의 경제 활성화와 투자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고, 이는 미래를 준비하는 개인 또는 기업들에는 유용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에 이어 본 기고문에서는 호주 특허청에서 발표한 2018년 호주 지식재산 보고서 (IP Report)를 토대로 호주 내 혁신 활동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특허 출원 현황
전 세계적으로 특허 출원 건수는 2010년 이후 급속히 증가하여 2016년에는 3백13만 건을 기록하였다. 호주의 경우, 최근 평균 특허 출원 건수 증가율이 독일이나 덴마크와 같은 선진국들을 제치고 전체 10위를 기록하며 신기술 발전 속도에 있어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호주 내 특허 출원 건수는 28,905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에 집계된 특허 출원 건수 (26,562건) 대비 약 9% 증가하였다.
호주에 특허 출원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특허 협력 조약(PCT: Patent Cooperation Treaty)에 따른 특허 출원 방식과 호주 특허청에 직접 출원서를 제출하는 직접 출원(Direct Patent Application) 방식이다. 지난해 특허 협력 조약에 따른 호주 내 특허 출원(국내단계 진입)은 전체 출원 건수의 69%(19,898건)를 차지하며 호주 내 특허권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7년 총 호주 내 특허 출원 건 중 외국인에 의해 출원된 특허는 무려 91% (26,402건)’을 점유했지만, 호주 내국인의 출원 비율은 약 9% (2,503건)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 대비 약 5% 정도 감소한 수치이다. 그런데 호주 내 전체 특허 출원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였으므로 외국인에 의한 출원 건수 증가가 내국인 출원 건수 감소 부분을 상쇄시킨 것으로 보인다.
호주 내 특허를 출원한 외국인들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미국(13,388건), 일본(1,622건), 독일(1,332건), 영국(1,241건) 그리고 중국(1,067건) 순이다. 이들 5개국이 호주 내 전체 특허 출원 건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에 의한 호주 내 특허 출원이 전년 대비 20%가 증가하였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산업 분야별 특허 출원 현황으로는, 의약품(pharmaceuticals)과 의료장비(medical device)가 각각 3,330건과 321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고분자, 컴퓨팅, 전자, 통신 장비 등이 차지하였다. 특이한 점은 다른 기술 분야들의 경우 특허 출원이 감소 또는 2% 이하로 증가한 것에 비해, 의약품과 의료장비 분야는 전년 대비 각각 7%와 8%씩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일반특허(standard patent)보다 기술 수준이 다소 낮은 발명을 보호하는 호주의 실용특허(innovation patent)의 경우 2016년 까지 급격한 출원 증가율을 보였으나 지난해 호주 정부에서 발표한 ‘실용특허 폐지 계획’에 따라 전년 대비 22%가 감소한 1,816건만이 실용특허로 출원되었다.
상표 출원 현황
2017년 호주 내 상표 출원 건수는 전년도에 소폭 하락세에서 반등하여 7, 6594건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특허 출원과는 달리 상표 출원은 호주 내국인의 출원 비율이 전체 건수의 61%(46,352건)로 외국인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외국인의 출원 추이를 살펴보면 내국인의 상표 출원 건수가 47,081건에서 46,352건으로 약 2%가량 줄어든 반면 외국인의 상표 출원 건수는 24,291건에서 30,342건으로 약 16% 증가하였다. 이는 내국인의 출원 활동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지만, 외국인의 호주 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표 출원인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미국(8,755건), 중국(4,547건), 영국(2,371건) 그리고 독일(1,897건) 등이 다출원(多出願) 국가 자리를 차지하였다. 다시 한번 눈여겨볼 부분은 중국인들의 호주 내 상표 출원 건이 전년 대비 102%로 폭발적 증가를 했다는 점이다.
산업별 주요 상표 출원 현황으로는 전자기기, 휴대폰 등이 속한 제9류가 18%, 광고·도소매업 등이 속한 제35류가 17%, 교육·컨설팅·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속한 제41류가 14% 순으로 다 출원 상위 3개 류에게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법인 포함) 출원 순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년도 35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라 호주 내 최다 출원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 뒤를 이어 존슨앤존슨, 애플, 로레알이 2위에서 4위까지의 자리를 점하였다.
디자인 출원 현황
2017년 디자인 출원 건수는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전년도 대비 7% 증가한 7,708건을 기록하였다. 특히 지난해 호주 내 외국인의 디자인 출원 비율이 63%에 이르렀는데, 이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수치이다. 내국인의 경우 90%가 중소기업 또는 개인들에 의한 출원이므로 호주 내 대기업들의 디자인 출원 활동은 다소 소극적인 편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출원인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미국이 전체 건수의 27%를 출원하였고 그 뒤로 영국, 일본, 독일 그리고 중국 순으로 4개 국가가 합계 17%의 비율을 보였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약 8%의 증가율로 디자인 출원 건수가 증가하였다. 반면, 호주는 특허의 PCT와 같은 국제 디자인 출원에 관한 ‘헤이그 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해외 출원 증가율이 매년 약 1% 정도의 매우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호주로 유입되는 디자인 출원 건수는 증가하는 반면 호주 내국인의 해외출원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어, 헤이그 조약 가입에 찬성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점
요컨대, 호주 내 특허, 상표 및 디자인 출원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지난해 특허, 상표, 디자인 모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특허의 경우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출원이 대폭 증가하였고 상표의 경우 전자기기, 광고, 교육업 등과 관련된 출원이 많았다.
특히 중국 기업과 개인들의 호주 내 특허 및 상표 출원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호주특허청의 심사 적체 현상까지 야기되고 있다. 지식재산권 출원은 실제 무역 활동보다 선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수년 내 중국업체들의 더욱 활발한 호주 진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편 특허, 상표, 디자인 모두 국가별 출원인 순위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지식재산권 확보 활동이 눈에 띈다.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가 지난해 존슨앤존스와 애플을 제치고 외국인 중 호주 내 상표 출원 건수 1위를 차지한 것을 괄목할 만하다. 또한 한국 화장품으로 대표되는 ‘K뷰티’와 한국 아이돌을 통한 ‘K팝’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국 기업들의 호주 내 화장품, 의류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표 출원 역시 최근 들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호주의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서 한-호 교역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한국 기업들은 호주 내 지식재산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둠으로써 추후 지식재산권의 침해나 모방 제품 유통을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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