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제품의 범람 – 디자인 침해

필자가 호주 SBS 방송국의 “Small Business Secrets”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인터뷰했던 사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고급 우체통 박스 (letter box)를 만드는 디자인 벤처회사 디자인바이뎀 (DesignByThem) 이 겪었던 황당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회사의 우체통 박스는 디자인이 뛰어나서 개당 $300 이라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평균 약 75개씩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대형 유통 업체에서 이 우체통과 거의 똑같은 카피 제품을 $100도 안되는 1/3 가격으로 판매하는 바람에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전합니다. 카피 제품은 진품과 매우 흡사하여 양옆에 위치한 플라스틱 재질의 피봇 (pivot)을 금속 재질로 바꾼 것을 제외하고는 외관과 색깔이 동일합니다.  

(좌: 진품, 우: 카피 제품)

디자인바이뎀은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해놓고도 이를 호주 특허청에 디자인으로 등록하지 않아 권리행사에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변호사를 통한 침해 중지 요구가 받아들여져 카피 제품을 매장에서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정보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시장에서 잘 나가는 제품을 아주 빨리, 그리고 쉽게 카피하는 것이 매우 쉬워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업종을 망라해서 벌어지고 있는데, 특히, 유행에 민감하고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패션 업계나 가구 업계가 심하다고 합니다. 실제 호주의 많은 가구 소매점에서는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카피한 가구들을 리플리카 퍼니쳐 (Replica furniture)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팔고 있습니다.

문제는 호주의 디자인법 상 특허청에 디자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에 대해서는 본인이 호주 최초 창작자라 하더라도 권리 행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의 적용도 배제되어 소비자법 외에는 딱히 기대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호주 특허청에 디자인을 유효하게 등록시키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디자인 출원서를 제출하는 시점 (또는 우선일 기준)을 기준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거나 공개되지 않아야 합니다. 출원 전 본인이 직접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도 디자인 등록 유효성을 인증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받고자 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세상에 공개하기에 앞서 디자인 출원서를 먼저 제출해야 합니다.

비지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출시하는 제품들이 많을 경우 모든 디자인을 특허청에 등록하기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클 것입니다. 또한, 어떤 제품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몇 개만 골라 출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서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들을 골라가며 카피하는 업체들도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호주의 대형 유통체인들도 이런 것을 묵인하면서 버젓이 카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새는 제품의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어 소비자들이 같은 성능의 제품이면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디자인 보호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되고 있는 반면 호주의 디자인법은 시대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례로 유럽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도 사용에 의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호주에서는 특허청에 등록된 디자인만을 보호 대상으로 합니다. 그리고, 디자인의 보호 기간도 유럽이 25년, 미국이 15년, 한국과 일본이 각각 20년인데 반해 호주는 최장 10년으로 OECD 가입국 중 캐나다를 제외하고 가장 짧습니다. 캐나다도 호주와 마찬가지로 10년의 존속기간을 부여합니다.

반대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호주가 디자인 무심사 선등록 제도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출원 후 방식심사 (formality examination) 만을 통과하면 어렵지 않게 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출원시 심사청구를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라면 비용 지출을 최소화 하면서 우선 등록증을 확보하고 추후 디자인 침해 사례를 발견했을 경우 심사 청구 후 권리 행사 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에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하자 느닷없이 변호사로부터 등록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침해중지와 손해배상 요구를 받아 큰 손해를 보고 제품을 철수시킨 사례를 여럿 목격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수입, 유통 또는 판매하기 전 반드시 해당 제품과 동일, 유사한 디자인이 이미 등록되어 있는지 조사해서 리스크를 최소화 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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