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9과 채널10간의 Bossy한 미디어전쟁

호주의 메이저 방송사 중 하나인 네트워크텐 (Network Ten)은 2018년 10월 자사 채널명들을 대폭적으로 변경하는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했습니다. 네트워크텐은 2017년 미국의 미디어 공룡 씨비에쓰 (CBS)에 인수된지 1년만에 경영난에 처해져 인력 구조 조정과 일련의 프로그램 개편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네트워크텐의 브랜드 리뉴얼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지난 27년간 사용해왔었던 타이틀 단어인 “TEN”을 과감하게 버리고 소비자에게 익숙한 숫자 “10”을 기준으로 각 채널 특성에 걸맞는 브랜드를 선보인 것입니다. 즉, 기존의 채널명  “ONE”, “ELEVEN”, “TEN Eyewitness News First At Five”, “ten daily”, “tenplay” 등은 각각 “10 BOSS”, “10 Peach”, “10 News First”, “10 Play”, “10 Daily”로 변경되었습니다.

(네트워크텐의 변경된 채널명, 이미지 출처: https://mumbrella.com.au)

이 중 “10 BOSS”는 “10 Peach”와 더불어 이번 브랜드 리뉴얼의 핵심이었는데, 네트워크텐은 “10 BOSS”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아래 다양한 로고들에 대한 상표권 확보 차원에서 호주특허청에 출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네트워크텐의 새로운 브랜드 “10 BOSS”에 대해 경쟁 채널 나인 (Nine)을 소유한 페어팩스 미디어 (Fairfax Media)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페어팩스 미디어는 그룹 산하에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 (The Australian Financial Review: AFR)도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2000년부터 보스 (BOSS)라는 잡지를 출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FR의 BOSS 잡지 커버 이미지, 출처
www.theloop.com.au/Eidetic/portfolio/Creative-Art-Director/Sydney>

페어팩스 미디어는 “BOSS”라는 단어를 2015년부터 출판업과 엔터테인먼트업 등과 관련해 호주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해 놓은 상태라 느닷없이 경쟁 방송사가 “10 BOSS”라는 이름을 들고 나오자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네트워크텐의 브랜드 리뉴얼이 발표된 다음날 페어팩스 미디어는 네트워크텐에게 경고장을 보내 “BOSS”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 침해 행위에 해당되므로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네트워크텐은 이 레터은 당일 자신들은 “10 BOSS” 이름의 사용을 중단할 의사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이에 격분한 페어팩스 미디어측은 호주 연방법원에 네트워크텐의 “10 BOSS” 상표 사용을 긴급히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interim relief)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가처분 신청의 첫 조정기일에서 네트워크텐은 그간 당당했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고 “10 BOSS” 상표의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각서 (undertakings)까지 미리 준비해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가처분 신청의 결정문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실 네트워크텐은 새로운 브랜드들을 런칭하기 훨씬 전인 2018년 8월 이미 페어팩스 미디어 측을 접촉해 “BOSS”라는 이름의 사용에 대해 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네트워크텐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 미팅에서 네트워크텐 측은 자신들의 엔터테인먼트 채널에 “BOSS”라는 이름을 써도 비지니스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AFR의 BOSS 잡지와 혼동이 없지 않겠냐며 상표 공존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이에 대해 페어팩스 미디어 측은 반대했고 미팅 직후 확인 이메일도 보내 향후 자사 채널 Nine에도 “BOSS”를 쓸 계획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 후 네트워크텐은 버젓히 “10 BOSS”를 포함한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했고 방송과 여러 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전개했던 것입니다. 

법원에서 이 사건을 주지했던 David Yates 판사는 이런 배경을 상세히 소개하고 네트워크텐에게 책임이 있다며 상표 사용 중지와 관련된 각서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이 사건과 관련된 주변 비용 (incidental costs)까지 모두 네트워크텐이 지불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네트워크텐은 법원의 명령 직후 출원 중이던 BOSS 관련 출원상표를 모두 철회신청했고, “10 BOSS” 채널명을 “10 BOLD”로 변경했습니다. “10 BOSS” 광고가 도배하다시피 나오다가 어느날 갑자기 “10 BOLD”로 이름이 바뀐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번 네트워크텐의 브랜드 리뉴얼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다는 후문입니다. 물론 브랜드 구상 단계에서 상표권 관련 이슈를 점검했었겠지만 이 정도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이 일을 그르쳤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네트워크텐은 법원에서 완패를 당했지만 미디어 담화에서는 당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10 BOLD”로의 브랜드 재변경은 경쟁 채널 Nine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자기들은 bossy한 것보다는 bold한 게 낫다는 위트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 in the spirit of giving and as an early Christmas present to our friends at Nine, we’re flicking the switch to 10 Bold. … We think it’s better to be bold than bossy.”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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