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시드니 동물원’ 이라고 하면 어느 곳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타롱가주 (Taronga Zoo), 와일드라이프 시드니 (Wildlife Sydney), 페더데일 와일드라이프 파크 (Featherdale Wild Park), 호주 랩타일 파크 (Australian Reptile Park), 그리고 심비오주 (Symbio Zoo)까지 광역 시드니에만 여러개의 동물원이 있습니다만, 규모나 역사, 그리고 인지도면에서 아마 타롱가주 (Taronga Zoo)가 제일 유명할 것입니다.
타롱가주는 설립된지 무려 120년이 넘었는데 시드니 무어파크 지역에서 처음 동물원을 개장했다가 1900년대 초 NSW 주정부로부터 현재의 모스만 지역을 공여받아 이전했다고 합니다. ‘타롱가’라는 단어는 애보리지널 (Aboriginal) 언어로 아름다운 경치 (beautiful view)를 뜻하는데 시드니 노스 쇼어에서 하버를 내려다보는 현재 위치야말로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기에 제격일 것 같습니다.
이 타롱가주가 “Sydney Zoo” 라는 이름을 놓고 최근 시드니 서부에 새롭게 개장을 준비중인 또다른 동물원과 불꽃튀는 싸움을 벌였습니다. 분쟁의 시작은 Sydney Zoo Pty Ltd라는 신생 회사가 $36 million을 들여 블랙타운 인근 번가리비 (Bungarribee) 지역에 내년 초를 목표로 동물원을 개장한다고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Sydney Zoo Pty Ltd는 시드니 아쿠아리움 (Sea Life Sydney Aquarium)의 설립자인 존 버게스 (John Burgess)와 그의 아들 제이크 버게스 (John Burgess)가 세운 회사인데, 기존에 도시에 있는 동물원들과는 다르게 방목형 (cage free)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시드니 서부에 건립되는 동물원을 Sydney Zoo라고 명명하고 나아가 Sydney Zoo라는 이름을 독점하고자 상표출원도 한 게 타롱가주의 레이더에 걸렸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타롱가주는 방문객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어쩌다 한번 오고 가는 관광객들에게는 타롱가주가 Sydney Zoo로 인식되고 있고, 반대로 타롱가주를 방문하려는 관광객들이 이 가칭 Sydney Zoo 웹사이트에 가서 온라인 티켓을 구입할 여지가 있는 등 혼동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타롱가주의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이 NSW주 이외 또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통계가 있어 타롱가주의 이런 주장이 억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타롱가주도 자신들이 Sydney Zoo라고 불릴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했는지 2005년에 타롱가주를 운영하는 비영리기구 Zoological Parks Board of New South Wales (상호로 Taronga Conservation Society를 사용)의 명의로 Sydney Zoo 라는 단어에 독점권을 얻고자 상표등록을 추진했다고 호주특허청에서 거절된 경력이 있습니다. 거절사유는 보나마나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기 때문에 호주특허청에서 등록을 불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서부에서 새로 동물원을 짓고 있는 Sydney Zoo Pty Ltd가 2015년 5월에 출원한 아래의 로고 형태의 상표는 무사히 심사를 통과하자 타롱가주 측은 재빨리 이의신청에 나섰습니다.
타롱가주 측은 위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과 동시에 “Taronga Sydney Zoo” 라는 단어와 아래 로고 형태의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더 나아가 호주연방법원에 Sydney Zoo Pty Ltd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은 2건으로 Sydney Zoo Pty Ltd 명의로 출원한 상표에 대해 등록을 불허하고 아울러 상표의 사용으로 말미암아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생긴다는 선언을 구하는 소송이었습니다.
2018년5월10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의 관련 기사에서 이 소송의 예비공판 내용을 살짝 소개했는데, 담당판사가 새롭게 건설될 가칭 “Sydney Zoo”가 위치한 곳이 ‘시드니가 아니냐’ 고 묻자 타롱가주 측 변호사는 시드니가 맞긴 맞는데 정확히는 ‘Western part of Sydney’ 라고 표현해야 맞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옵니다. 요점은 신설될 동물원의 정확한 위치가 행정구역상 시드니에 속하느냐이기보다는 타롱가주의 유명세로 인해 방문객들 사이에 ‘Sydney Zoo’라는 명칭에 Sydney Zoo Pty Ltd가 설립할 새로운 동물원과 혼동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소송은 최근 당사자 간 합의에 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Sydney Zoo Pty Ltd가 “Sydney Zoo”라는 계속 사용하는 것에는 합의한 것으로 보이며 대신 Sydney Zoo Pty Ltd의 홍보용 자료와 웹사이트에 현재 위치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타롱가주와의 혼동을 줄이기 위해 타롱가주를 연상시킬 만한 문장이나 도형등을 피하고, 하버브리지와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사족으로 시드니 달링하버에 있는 와일드 라이프 시드니 (Wild Life Sydney) 도 한때 시드니 와일드 라이프 월드 (Sydney Wild Life World)로 불리운 적이 있었습니다. 이 파크는 영국의 멀린 어트랙션 오퍼레이션 (Merlin Attractions Operations Limited)이라는 회사가 2011년에 시드니 어트랙션 그룹 (Sydney Attractions Group)으로부터 사들인 후 Sydney Wildlife World라는 이름을 버리고 현재의 Wild Life Sydney Zoo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영국회사도 위 타롱가주의 소송 소식에 놀랐는지 2016년 4월 부랴부랴 아래의 상표를 출원해서 등록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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