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with a Van과 Man and his Van

브랜드는 흔하고 평범한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독특하고 튀는 것이 좋을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브랜드는 멋있고 화려한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신제품을 런칭할 때 사업자는 제품과 연관있는 단어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판매하려는 제품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름을 사용하면 제품 자체에 뛰어난 경쟁력이 있지 않는 한 매일 수백, 수천개의 신제품이 쏟아지는 경쟁시장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특색없는 평범한 이름의 경우 소위 소규모 동네 비지니스로는 적합할지언정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소비자 간 출처 인식에 어려움이 생기고 상표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호주 멜번의 한 이사업체인 맨위드어밴 (Man with a Van)의 사례가 이렇게 평범하고 연상하기 쉬운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해서 큰 성공을 거둔 반면 유사한 이름을 가진 다른 업체들 때문에 곤혹을 겪었던 경우라 소개해드립니다.

The Australian 의 2015년 2월19일 자 기사에 따르면 2001년 당시 23세에 불과했던 팀 비숍 (Tim Bishop)은 10년된 트럭 한 대를 사서 운송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업 시작 직후 비숍은 프랑스로 떠나버린 여인을 쫓아가면서 친구인 제임스 보우든 (James Bowden)에게 사업을 넘겼고 자기가 만약 사랑에 실패해서 돌아오면 지분을 반반씩 갖는 동업을 하고 자기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 사업은 온전히 보우든의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프랑스에서 비숍의 연애 사업은 안타깝게도 실패도 끝나 호주 멜번으로 돌아온 비숍은 보우든과 약속한 대로 동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운송사업의 이름을 ‘맨위드어밴’  (Man with a Van)이라는 누구나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정하고 이사짐 트럭의 세 외벽에 크게 써 붙이고는 멜번 전역을 누볐습니다. 또한, 종업으로는 주로 대학생들을 고용해 젋고 캐주얼한 이사 업체의 인식을 주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들의 사업은 승승장구해서 멜번 최대 규모의 이사 운송 사업체로 성장했고 2005년에는 사업을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시드니로 확대하려다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힙니다.

사실 시드니에는 이들보다 훨씬 오래전인 1993년부터 맨앤히즈밴 (Man and his Van)이라는 이사 운송 업체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시드니 운송 업체의 사장인 마이클 컴민스 (Michael Cummins)는 자신의 브랜드인 ‘맨앤히즈밴’ 뿐만 아니라 비숍과 보우든의 사업체 이름 ‘맨위드어밴’도 일찌감치 호주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해놨습니다.

컴민스가 ‘맨위드어밴’ 상표를 등록한 것이 비숍의 첫 사업 시작년도보다 수 년 빠른 1998년이기 때문에 컴민스가 비숍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상표를 등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비숍도 컴민스의 상표 등록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어찌되었든 시드니로의 사업 확대를 꿈꾸던 비숍은 컴민스가 ‘맨위드어밴’이라는 상표를 등록만 해 놓고는 실제로 ‘맨앤히즈밴’이라는 상표만 사용한 것에 주목해서 2006년 3월 ‘맨위드어밴’ 상표 등록을 취소해달라며 특허청에 상표불사용취소신청을 냈습니다. 이 신청에 대해 컴민스가 통지를 받지 못했는지 전혀 방어를 하지 않는 바람에 싱겁게도 컴민스의 ‘맨위드어밴’ 상표는 등록이 취소되었습니다.

비숍은 이보다 약간 앞선 2005년 12월 자신도 ‘맨위드어밴’에 대한 상표권을 취득하고자 상표 출원을 하였고 그 당시 아직 등록이 취소되기 전이었던 컴민스의 등록상표 ‘맨위드어밴’로 인한 등록신청 거절을 극복하고자 호주 구 상표법 제44조3항 선의의 상표 사용 공존 예외 (honest and concurrent use)를 근거로 사용 증거를 제출해 특허청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컴민스는 이번에는 적극적 대응을 선택해서 등록 이의신청을 냈고 두 사업자 간 본격적인 상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양 당사자 간 서로 반박서면을 주고 받는 이의신청 절차 중에 결국 합의로 사건이 종료되었습니다.

당사자 간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서로 확전을 자제하면서 비숍의 ‘맨위드어밴’은 멜번이 위치한 빅토리아주에서만 영업을 하고 그 외 주에서는 컴민스가 ‘맨앤히즈밴’으로 영업을 하는 식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빅토리아주에서만 갇혀 ‘맨위드어밴’ 사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된 비숍은 각종 미디어에 불만을 쏟아냈지만, 사실 필자가 보기에는 컴민스가 비숍보다 더 억울해 보이는 것이 훨씬 전 부터 동일한 상표를 등록해놓고도 관리 소홀로 등록 상표가 취소되고 경쟁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입니다.  

한편 두 회사는 서로 비슷한 이름으로 동종 업종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운영했지만 규모나 성장면에서는 멜번의 ‘맨위드어밴’이 훨씬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컴민스의 ‘맨앤히즈밴’은 인터넷 광고에만 너무 의존했던 나머지 검색엔진 최적화 (Search Engine Optimisation) 작업을 과도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2011년 구글로부터 검색결과 조작 업체로 분류되어 리스팅이 한 때 취소되었고 이 여파로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의 이사 운송업체 간 경쟁은 매우 심해서 맨 (Man)과 밴 (Va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름을 본따 지은 후발 주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면,  ‘원맨위드어밴’ (One Man With a Van), ‘맨앤어유트’ (Man and a Ute), ‘맨앤어트럭’ (Man and a Truck), ‘앤디더가이위드어밴’ (Andy The Guy With a Van) 등이 그런 경우로 보입니다. 비숍은 일반적인 단어를 사용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 소비자가 기억하기는 쉬워도 일단 유명해지면 후발 주자의 무단 승차를 막을 뾰족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제품의 품질, 성질, 원재료, 효능, 용도, 형상 등을 표현한 상표는 식별력이 없어 원칙적으로는 상표등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만불 이상을 상표 관련 분쟁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비숍과 컴민스는 이구동성으로 신중한 브랜드 선택, 상표 등록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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