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직무발명

자동차 회사 “A”의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홍길동은 자동차를 팔려면 누구보다 자동차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틈틈이 자동차의 동작 원리와 각종 부품을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홍길동의 지식은 점점 깊고 방대해져서 웬만한 연구원들과 최신 자동차 기술에 대해 토론을 해도 뒤지지 않을 경지에 이르렀고 이를 기특히 여긴 세일즈 팀의 상사는 홍길동이 각종 자동차 전시회 및 학술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홍길동은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여러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꼼꼼히 메모를 했다가 연구소와 고객 센터에 전달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홍길동은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우연히 이 기능을 자동차에 탑재하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이때부터 홍길동은 매일 퇴근 후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연구, 조사에 매달렸고 약 한 달 후 운전자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가령 “운전석 문 열어”,  “조수석 창문 내려” 등) 자동차가 등록된 음성과 비교한 후 자동으로 실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홍길동은 이 아이디어를 회사 몰래 개인 이름으로 특허를 받아 사업을 진행할까 고민도 해 보다가 웬지 개운하지 못한 마음이 들어 다음날 본사 상품기획팀에 아이디어 제안 형식으로 이메일을 보냈고 회사가 이 기술을 채택하면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달라고도 적었습니다.  

그로부터 수 개월이 지나도 답변을 듣지 못한 홍길동은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내년부터 출시되는 A사의 모든 자동차 모델에 도어 및 윈도우 자동개폐가 가능한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이 기사에는 A사가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끝마쳤고 특허등록에 성공하면 경쟁사들로부터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홍길동은 격분하여 그 길로 본사 상품기획팀에 전화를 걸어 해당 발명은 자신이 고안한 것이므로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등록이 이루어져야 하고, 아니면 최소한 회사가 향후에 받을 로열티 수입 중 상당부분을 자신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상품기획팀의 연락을 받은 법무팀 담당자는 홍길동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의 종업원이 개발한 발명은 자동적으로 회사의 소유가 된다라며 홍길동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호주의 특허법인 Patents Act 1990 에는 직무 발명의 소유권 및 발명과 관련하여 명시적인 조항이 없어 판례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호주의 직무발명 법리에 큰 영향을 미친 1995년도 영국 케이스인 Patchett v Sterling Engineering Coy Ltd (1955) 72 RPC 50에 따르면 고용계약서 상에 따로 정함이 없는 한 종업업의 fiduciary duty에 근간하여 종업원의 발명은 고용주가 원칙적으로 승계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호주의 랜드마크 직무발명 케이스였던 Spencer Industries v Collins (2003) 58 IPR 425에서는 재생타이어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Collins가 퇴근 후 자발적으로 재생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는 칼날을 개발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Collins의 고용주였던 Spencer Industries 는 이 발명에 대한 소유권이 회사에 승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해당 발명이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Collins의 직무 범위 밖의 일이라 회사가 권리 승계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판례로 Victoria University of Technology v Kenneth Wilson and Ors [2003] VSC 33 에서 교직원이자 부설 연구소장으로 일하던 Wilson과 Feaver는 컴퓨터 온라인 trading system을 개발하여 본인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통해 특허 출원을 했는데,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대학과의 신의를 저버린 사해행위라고 판단하여 특허의 소유권을 대학에 양도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한편, Full Federal Court에서까지 다투었던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v Gray [2009] FCAFC 116 에서 법원은 대학과 Gray박사와의 고용계약서 상에 지적재산권의 자동 양도 조항이 암묵적 (implied)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대학 측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Gray박사가 연구 주제를 자유롭게 고르고 외부 프로젝트 수주 등에 대학 측이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Gray박사가 고안한 발명에 대해 대학 측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직무 발명의 소유권 판단시 해당 종업업의 발명이 직무에 발명에 해당하는 지, 즉 담당하고 있는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명이 고안된 것인지, 회사의 시설물을 이용했는지, 고용주의 지시를 받고 발명을 하였는 지 등의 제반 사항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용계약서 상에 직무 발명의 자동 승계 유무, 범위, 보상 등에 대해 정확하게 기술하여 추후에 있을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본 칼럼과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주십시오. 


Laminar IP는 호주 및 뉴질랜드 지식재산권법 전문 법인으로서 특허, 상표, 디자인의 출원, 등록 및 분쟁해결 관련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면책공고 

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 Posts

수상소식: IAM Patent 1000 (2024) 선정 – 우수 특허법인 및 특허전문가 부문 

'특허 1000 – 전세계 선두 특허 전문가 제13판(Patent 1000: The...
Trademark

호주 및 뉴질랜드의 상표등록 절차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상표를 등록하는 절차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수상소식: Mark Teoh 파트너 변리사 IAM Patent 1000(2023) 3년 연속 선정 

당사 Mark Teoh 파트너 변리사는 IAM Patent 1000: The Wor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