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메인네임 분쟁

인터넷에 연결된 특정 컴퓨터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여러개의 숫자 형태로 구성된 그 컴퓨터의 주소 (internet protocol address)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 도메인네임 (domain name)은 숫자 형태의 주소 체계를 기억하기 쉽게 문자 형태로 나타낸 것인데 인터넷 주소창에 월드와이드웹을 뜻하는 www와, <.com> 또는 <.com.au> 와 같은 최상위 도메인 레벨 사이에 위치한 문자들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www.apple.com이나 www.samsung.com 에서의 “apple”과 “Samsung”이란 단어가 도메인네임에 해당합니다.

.com이나 .net과 같은 일반 최상위 도메인은 특정 국가나, 기관, 개인/회사의 유무와 무관하게 아무나 처음 등록한 자가 우선권을 가집니다. 한편, 국가별로 할당된 국가 최상위 도메인은 (호주의 경우 .com.au등, 한국은 .co.kr 등) 최소의 자격 요건을 요구하지만 그리 엄격한 편은 아니라 마찬가지로 먼저 등록한 자가 유리합니다.

2016년 1월 기준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34억명에 육박하며 해마다 10%씩 증가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 비지니스의 개수, 브랜드, 상호 등도 덩달아 증가하다 보니 웬만한 도메인네임들은 이미 누군가 선점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처음 등록한 자가 권리를 가지는 특성을 악용해 유명 회사의 이름이나 상표 또는 관용적인 명칭을 수십, 수백개씩 등록한 후 그 이름을 반드시 써야 하는 회사에 비싼 값에 되팔아 폭리를 취하는 사이버스쿼터들 (cyber squatters)도 활기를 칩니다. 2010년에 페이스북이 fb.com을 $8.5 million에, 2011년에는 애플사가 iCloud.com을 $6 million에 구매한 것이 이런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유명한 도메인네임 이외에도 일반적인 도메인네임 조차도 흔히 분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양질의 타일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박타일씨는 Park’s Famous Title Warehouse라는 비지니스를 시드니에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박타일씨의 사업은 승승장구해서 NSW주 외 다른 주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었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경쟁자 배아파씨는 ParksFamousTiles.com.au라는 도메인이 등록 가능한 것을 발견하고 이 도메인을 등록 후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대대적인 광고를 하였습니다.

박타일씨와 거래했던 고객들은 ParksFamousTiles.com.au라는 배아파씨의 웹사이트가 박타일씨의 웹사이트인 줄 알고 접속해서 온라인 주문을 했다가 형편없는 수준의 제품이 배달되어 오히려 박타일씨에게 컴플레인하는 벌어졌습니다. 자초지종을 파악한 박타일씨는 배아파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같은 이름을 사용하냐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배아파씨는 자기 회사가 맥콰리 Park에 위치했고 타일을 판매하고 있어 Park과 Tit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일 뿐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덧붙여 배아파씨는 이 도메인이 필요하면 $300,000을 판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도메인네임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등록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받는 것이지 소유권 (proprietorship)을 주장할 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등록시 관련 policy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관계 기관이나 법원의 명령을 받기 전까지는 강제로 빼앗아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박타일씨는 배아파씨의 부정경쟁 행위에 대해 소비자법에 근거해 ACCC (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에 호소하거나 연방법원에 제소해서 도메인네임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차와 비용이 많이 드는 법원을 통하지 않고도 호주의 도메인 관리기관인 auDA의 도메인분쟁 중재절차 (auDRP)를 통해 배아파씨의 도메인네임을 자신에게 이전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auDRP를 통한 분쟁 해결을 위해 신청자는 우선 auDA에서 승인한 중재기관 중 하나를 골라 complaint를 제출해야 합니다. auDRP 절차는 약식의 재판과도 같아 도메인네임 홀더 (registrant)도 complaint를 받아보고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중재기관을 통해 임명된 독립된 패널은 양측의 주장을 고려한 후 결정을 내리는데, 이 결정은 당사자 간 효력을 미칩니다. 따라서, 패널이 해당 도메인을 신청자에게 이전 (transfer)하라고 결정하면 해당 도메인을 관리하는 인터넷서비스회사 (ISP)는 반드시 이 결정을 이행해야만 합니다.  

Complaint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첫째, 도메인네임이 신청자의 개인 이름, 법인명 또는 상표와 동일하거나 기만적으로 유사할 것; 둘째, 도메인네임 홀더가 해당 도메인네임에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 셋째, 도메인네임 홀더가 도메인네임을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하였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했을 것 등입니다. 필자도 여러 도메인네임 분쟁 사건에서 신청인 또는 도메인네임 홀더 측을 대리하거나, 패널의 결정문을 draft한 경험이 있었는데 연방 법원을 통한 구제 절차에 비해 손쉽게 결과를 얻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지식재산권기구 (WIPO)의 도메인네임 분쟁 중재센터를 통해 접수된 케이스는36,000건을 상회합니다. 호주에서도 auDRP를 통한 도메인네임 분쟁조정 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비지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상표 뿐만 아니라 연관된 도메인네임도 미리 등록해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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