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인스타그램, 코카콜라와 페이스북

2016년 1월 8일 자 시드니 모닝헤럴드 신문에서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20세 여성 샤넬 보닌 (Chanel Bonnin)이 겪은 황당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2011년부터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인스타그램 (Instagram)’ 에서 본인의 이름과 동일한 “@Chanel”을 사용자 이름 (user name)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 왔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샤넬 보닌은 약 2주 전 인스타그램 관리자를 사칭한 계정으로부터 피싱 이메일을 받았고 그 이메일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한 후 본인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이름이 “@chanel827372″로 바뀐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즉시 인스타그램 측에 본인의 사용자 이름을 되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황당하게도 인스타그램 측에서는 그녀의 사용자 이름이 유명 상표와 동일하여 상표권 또는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 사용자 이름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샤넬 보닌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팔로우하던 수많은 팬들과 그녀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인스타그램은 그녀의 이전 사용자 이름 “@Chanel”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녀가 포스팅한 많은 사진들 중 그녀의 이름 (샤넬)이 새겨진 머리핀 사진과 패션 브랜드 ‘샤넬’의 ‘double C’ 로고를 손으로 스케치한 그림 이미지는 제거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넬 보닌이 받은 피싱 이메일의 배후에 패션 브랜드 ‘샤넬’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이러한 추측의 배경에는 패션브랜드 ‘샤넬’이 2014년 인스타그램에 페이지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Chanel”이란 사용자 이름이 이미 2011년부터 샤넬 보닌에 의해 사용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chanelofficial”이란 이름을 등록하였다고 합니다. ‘샤넬’ 측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이 샤넬 보닌의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인기를 얻은 이유가 패션브랜드 ‘샤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샤넬’의 공식 페이지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샤넬 보닌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접속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샤넬’ 측에서 ‘샤넬’ 이라는 단어를 상표권으로 등록하지 않았을 리는 없지만 샤넬 보닌이 본인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본인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면 ‘샤넬’측에서 취할 수 없는 법적 조치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코카콜라’의 페이스북 (Facebook) 페이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 한 명 당 경제적 가치는 미화 130불을 넘는다는 합니다. 그만큼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코카콜라’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소유자가 ‘코카콜라 주식회사’가 아닌 두 명의 ‘코카콜라’ 팬이라는 사실입니다.

페이스북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사이트들은 사용자 등록시 깨알같이 작성된 사용자 계약 (terms & conditions)을 ‘읽고 동의하였음’을 클릭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 사용자 계약에는 통상적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제3자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계정을 차단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제거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코카콜라’ 측에서 페이스북에 해당 페이지의 삭제를 요청하면 이 팬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페이스북의 정책상 삭제된 페이지의 ‘Like’ (좋아요)를 누른 팬들을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로 이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던 이 페이지를 삭제시키는 것보다는 유지시키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하에 ‘코카콜라’측에서는 이 두 명의 페이지 운영자와 파트너쉽 계약을 맺고 마케팅을 맡겼습니다. 흔히 말하는 ‘윈-윈’의 해법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일상이 된 요즘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제3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온라인 상에서의 침해 행위도 오프라인 상의 침해 행위와 마찬가지로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조치로 본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코카콜라 사례에서 보듯이 경우에 따라서는 무조건 법적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작성자: 김현태 호주변호사, 상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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